중학교 때로 기억됩니다.
아버님은 벽촌에서 사과 농장을 운영했었는데, 한 때 서울청과에서 전국 최고값을 받을 만큼 과수 생산에는 일가견이 있으셨습니다. 사과가 높은 값을 받으려면 우선 과일에 흠집이 없어야 하고 크고 둥글어야 하며, 붉은 색깔로 고루 익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농장의 수익을 극대화 하려면 상품성 있는 과실이 나무 한 그루에 최대한 많이 열려야 합니다.
당시 아버님이 기르던 사과 나무는 다른 농장의 과수와 달리 크기가 높지 않으면서 굵고 광이 나는 붉은 사과들을 촘촘히 달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도회지에서 공부하고 있던 제가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 갔었는데, 마침 아버님을 따라 과수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어린 제 시선을 확 잡아 끈 건 나무에 달린 커다란 돌이었습니다. 어른 머리 만한 큼지막한 돌은 여리고 어린 나뭇가지 끄트머리를 줄로 동여매고선 팽팽히 당기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저기 여린 나뭇가지에 왜 돌을 달아 두었는지 알겠니?"라고 물으셨습니다.
전 "강한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달아 놓은 게 아닌가요?"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때 당신은 " 곧은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단다"라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이유인즉슨, 가지에 힘이 들어가 있는 곧은 나무는 모든 세력을 성장에만 쏟기 때문에 열매를 맺지 않습니다 .오히려 힘 없어 보이고 여린 나뭇가지는 성장에 힘을 쏟기 보다는 꽃눈에 영양분을 주기 때문에 열매가 맺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성장에만 관심 있는 곧은 나뭇가지를 꺾어 버립니다. 이를 가지치기라고 하지요. 그리고 나무 몸통에서 곁가지로 나온 1~2년생 나뭇가지에는 돌을 달아 처음부터 세력을 꺾어 놓습니다.
여린 나무는 처음에는 무척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태양과 땅의 에너지를 한껏 빨아 당겨 터질듯 부풀어 오른 과실들을 주렁주렁 달게 됩니다.
아버지가 그 때 하신 그 한 마디가 지금도 제 귀에 쟁쟁합니다. "곧은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 사람도 이와 같습니다. 겸손하고 머리를 숙일 줄 아는 사람은 이로운 결실을 맺게 됩니다.
아버지의 한 마디는 씨가 되어 아들과 딸의 꿈과 비전이 되며 인격을 형성합니다.
우리 누림이가 8월이면 이 땅에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누림이에게 훌륭한 아버지가 되어야 할텐데요. 훌륭한 아버지란 참 쉽지 않은 여정인 것 같습니다.